낙서장

◆2015/12/13(일) -모두가 불꽃놀이- (2783)

범이네할배 2015. 12. 13. 19:18

2015/12/13(일) -모두가 불꽃놀이- (2783)

 

농경사회에서는 흥분하거나 감격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네 박 서방이 깊은 산에 약초 캐러 갔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는 소식이나, 건넛마을 사는 김 서방 딸이 시집도 가기 전에 애를 가졌다는 소문 등이 사람들을 놀라게 할 뿐, 그 시대는 천재지변이 없는 한 화다닥 놀랄 일도 없었고 크게 감격할 사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많이 다릅니다. 현대인은 ‘속도’(speed)에 목숨을 겁니다. Indiana 또는 Daytona ‘500’을 보셨습니까? ‘속도 경쟁’이 어찌 보면 정신 나간 짓 같습니다. 우승하면 상금은 있겠지만 그것이 인류 전체에게 무슨 유익이 있습니까? 앞으로 New York - Seoul이 두 기간이면 올 수도 있고 갈 수도 있는 날이 오기 때문에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무실 근처에 ‘one room’을 얻는 게 났지, 제트기 타고 출퇴근은 무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인생은 모두가 불꽃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농사짓던 옛 사람들은 씨 뿌리고 김매고 때가 되면 수확이 가능했지만 오늘 이 산업사회에 사는 사람은, 특히 근로자들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기다리는 재미에 산다고 하니 다른 ‘낙’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요? 축구시합에 미치는 것도 자기가 후원하는 구단의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한 골 놓을 때의 감격을 기대하고 시합하는 경기장을 찾아가 열광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불꽃놀이나 다름없습니다.

“순간은 영원하다”라는 말을 가끔 듣지만 밤하늘에 ‘쾅’하고 퍼지는 불꽃이 준 감동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까? 불꽃이 터지는 순간이 얼마나 오래 기억될 것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FIFA 시합에서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두어 그 유명한 trophy를 받아 번쩍 들어 올리는 그 감격도 잠깐 - 그것도 불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공연히 총질하며 사람들을 쏴 죽이는 그놈도 일종의 불꽃놀이에 미친놈이라고 여겨집니다. 옛날에 어떤 독일 기자가 서울에 와서 취재하다 광화문 네거리에 서 있었는데 어떤 한국인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황급히 가로질러 가기에 “매우 바쁜 일이 있나 보다” 하였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급히 길을 건너가서 옛날 <동아일보> 앞에 서 있던 게시판에 나붙은 그날의 <동아일보>를 읽고 있더랍니다.

너무 급하게 뛰어 다니지 않기를 바라는 동시에 그 무가치한 ‘불꽃놀이’에 심취하지 않기를 또한 바라는 바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No.

Title

Name

Date

Hit

2015/12/13(일) -모두가 불꽃놀이- (2783)

김동길

2015.12.13

1069

2690

2015/12/12(토) -감기몸살이 웬 말인가?- (2782)

김동길

2015.12.12

1132

2689

2015/12/11(금) -오늘이 전부는 아니라- (2781)

김동길

2015.12.11

1997

2688

[시사평론-30] 세계는 폭력에 떨고있다 (동영상)

김동길

2015.12.11

739

2687

2015/12/10(목) -‘사람들이 사는 용인’- (2780)

김동길

2015.12.10

1824

2686

2015/12/09(수) -“울려고 내가 왔던가”- (2779)

김동길

2015.12.09

2203

2685

[시사평론-29] "한국 정치 갈수록 태산이다" (동영상)

김동길

2015.12.09

940

2684

2015/12/08(화) -그 날을 생각하면- (2778)

김동길

2015.12.08

2173

2683

2015/12/07(월) -온도 2도(2℃)의 문제- (2777)

김동길

2015.12.07

2262

2682

2015/12/06(일) -이 피난민들을 다 어찌할꼬?- (2776)

김동길

2015.12.06

2282

2681

2015/12/05(토) -그대의 선택은?- (2775)

김동길

2015.12.05

2211

2680

2015/12/04(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2774)

김동길

2015.12.04

2310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