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 1장에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던 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기록에서 하나님께서 하루하루 창조 작업을 진행하시는 동안에 하루를 표현하기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난 것으로 나온다. 일견 평범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성경적 삶의 방식을 드러내 주는 중요한 관점이 나타나는 표현이다.
우리는 하루를 표현할 때에 아침에서 시작하여 저녁으로 끝나는 것으로 표현한다. 아침이 하루의 시작이요, 휴식으로 들어가는 저녁이 하루의 끝이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그와 반대이다. 하루의 시작이 저녁이고 아침이 아니다. 이런 표현이 중요한 것은 하루의 시작이 일을 시작하는 아침이 아니라 일을 마치고 휴식으로 들어가는 저녁이 하루의 시작임을 일러준다.
저녁과 밤의 넉넉한 휴식을 취한 후에 아침의 노동이 시작 된다. 일이 먼저가 아니라 휴식이 먼저이다. 넉넉한 휴식이 없이 일만 강조하게 되면 일이 잘되어지지를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일벌레인 것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한국경제의 비약적인 발전 뒤에는 한국인들의 근면성이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물론 근면은 좋은 덕목이다.
그러나 열심히 일 한다는 것과 일에 욕심을 부리는 것과는 다르다. 일에 욕심을 내어 휴식도 없이 일만 강조하게 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휴식 없이 일에만 열중하다 제대로 일하지 못하고 중도하차 하게 된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휴식을 모르는 일꾼은 자기 몸이 먼저 망가지거나 일이 망가지거나 좋지 않은 결론에 이른다.
이솝 이야기에서 한 어른이 아이들과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지나가던 다른 한 어른이 그를 나무랐다.
"다 큰 어른이 점잖지 못하게 무슨 짓인가?"
이솝은 아무 말 없이 연주할 때 사용하는 현악기의 줄을 느슨히 풀어 놓으며 일러 주었다.
"활줄을 계속 팽팽히 매어놓기만 하면 그 활은 휘거나 부러져 쓸모없이 되고 만다. 그러나 활줄을 느슨히 늦추어 놓으면 연주 할 때 다시 쓸 수 있지 않겠냐?"
저녁이 있기에 아침이 오고 밤이 있기에 해가 다시 뜬다. 겨울이 있기에 봄이 온다. 인류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쉬지 아니하고, 일에만 매달린 사람들이 아니다. 휴식을 넉넉히 취하며 자신이 하여야 할 일을 찾아서 한 사람들이다. 휴식 없이 일만 한 사람들은 일에 파묻혀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일의 앞뒤를 바로 보지 못한 채로 세월을 낭비하고 체력을 낭비하고 헛수고를 하게 된다.
일을 하려면 먼저 휴식부터 하여야 한다. 일 하기 위해 휴식하고 휴식 후에 일을 한다.